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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부모의 특별한 자녀 교육법
작성일
2008-08-19 09:59
지난 12일 오전 11시 10분 KBS 방송국내 IBC센터. 라디오 프로그램을 마친 가수 이상우(45)씨는 아들 승훈(14·발달장애 2급)군과 함께 잠시후 펼쳐질 박태환 선수의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만 보고 인터뷰합시다. 우리 애가 수영 하니까 관심이 더 가네.” 은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이씨는 아들의 손을 잡았다. “우리 승훈이도 꼭 저렇게 될거야. 잘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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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훈이 세돌때 장애를 알게 되다

1988년 강변가요제로 데뷔해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비창’ ‘슬픈 그림같은 사랑’ 등으로 80·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이상우. 잘 나가던 연예인이었기에 93년 결혼 당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땐 잘 나갔지. 음반도 잘 팔려 돈도 좀 모았고….” 이듬해 아들 승훈이를 낳았고, 더이상 부러울 게 없었다.

그런 그에게 시련이 닥친 건 승훈이의 세돌 즈음해서다.

“말이 좀 늦는다고 생각은 했지, 장애일거라는 건 상상도 못했어요.” 설마 하며 승훈군와 함께 찾은 심리상담센터에서 이씨는 날벼락 같은 얘기를 들었다.

“‘유사 자폐증세’라더군요. 차마 대놓고 욕은 못하겠고, 속으로 헛소리한다고 생각했죠. 1개월 후 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고 난 뒤에야 장애라는 사실을 믿게 됐어요.”

그 뒤 4개월여 동안 집밖에 나가지 않았다. 방송하는 것도, 사람 만나는 것도, 만사가 다 귀찮았다. “정말 그때는 폐인처럼 살았어요. 의연하게 대처하는 집사람에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고 난 뒤 정신을 차렸.” 이씨는 아내 이인자(41)씨를 ‘살벌한 여자’라고 표현했다. 승훈이의 장애를 알고나서도 단 한번도 울거나 실망하지 않았다고. 자신이 아프면 승훈이가 가슴 아파할까봐 몸살 한번 걸리지 않는 독한 엄마라고 했다. “그때부터 아내와 함께 승훈이 교육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이씨는 당시를 회상했다.
 

수영을 시키다

발달장애의 특징은 산만하고 과잉행동을 한다는 점이다. 단어 하나하나는 말할 수 있지만, 문장을 만들지는 못한다. 또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으면 소리부터 지른다.

승훈이가 다섯살 되던 해 스스로 옷 입는 법을 가르쳤다. “웃도리 입는 걸 익히는데 딱 6개월 걸렸어요. 신발 신는 데는 2개월 걸리고. 자기 마음대로 안 된다고 얼마나 고함을 지르던지….” 승훈이에게는 모든 게 힘든 일이었다.

“수영 시킨 계기요? 승훈이가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끔 도와주고 싶었죠. 이것도 아내 없었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어요.” 7세 때 시작한 수영, 올해로 8년째다. 아내 이씨는 둘째 아들 출산 때 한달을 제외하고는 8년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승훈이를 수영장에 데리고 다녔다. 물론 3~4시간 이어지는 훈련참관은 당연한 일이다.

승훈이도 부모의 마음을 눈치 챈 걸까. 수영을 하면서 몰라지게 달라졌다. “옷 벗고 샤워하고 훈련하고 다시 옷을 입는 모든 과정이 자폐아 승훈이에겐 혹독한 시련이었어요. 지금은 혼자 힘으로 다 해내니 대단한 발전이죠.” 수영을 통해 팔과 다리, 신체의 두 부분 이상을 같이 움직이는 협응력을 키운 것도 큰 수확이다. 승훈이가 지난해 비장애인들과 함께 참가한 전국수영대회에서 4위를 했을 때 이씨는 아내를 껴안고 1시간 넘게 울었다고 한다. 그는 “몇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승훈이가 도전의식을 갖고 대회에 참가했다는 자체가 축복”이라
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봤으면 좋겠다

지난해 이상우씨의 가족얘기가 방송을 타면서 승훈이는 유명인사가 됐다.

“6개월동안 거절했어요. 그런데 문득 ‘지금까지 장애인 얘기는 천편일률적으로 칙칙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 가족 얘기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 좀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승낙했죠.” 방송에 나간 뒤 승훈군은 또한번 달라졌다.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게 신기했는지, 집밖으로 나가고 싶어한다. “요즘은 학교(수원 중앙기독중학교)도 혼자 다니고 언어치료 등을 받으러 갈 때도 혼자 간대요. 나랑 같이 다니면 사람들이 자기보다 나를 더 알아봐서 자존심 상한다나.(웃음)”

이씨는 요즘 ‘아들과 함께 나와달라’는 방송제의를 거절하지 않는다. 얼마전 하굣길에 혼자 도넛 가게에 들어가 빵을 골랐지만, 돈이 없어 종업원에게 거절당한 뒤 승훈이는 그 자리에서 두차례나 토를 했단다. “승훈이를 알아봤으면 어떤 장애가 있는지도 알았을 테고, 그러면 아들이 당황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방송출연은 ‘승훈이 알리기’ 차원이기도 하다.

이씨는 요즘 자신의 이름을 내건 문화복지재단 설립 준비에 한창이다. “현재 한국의 장애인 보호시설은 지방 등 인적이 뜸한 곳에 격리돼 있다”고 운을 뗀 이씨는 “현재 운영중인 연예기획사를 복지재단으로 흡수하고 테마파크를 만들어 수익사업을 하면서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직업재활교육과 재가장애인을 위한 가사도우미 지원사업, 도심속 장애인 보호시설 건립 등의 사업을 펼쳐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승훈이를 ‘스승같은 아들’이라고 칭한다. “잘 나가는 가수로 평생을 지냈다면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몰랐겠죠. 당연히 거만하게 살았을테고…. 승훈이는 제게 많은 걸 일깨워 줬습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좀더 편히 살 수 있는 장애복지 시스템을 만들 생각입니다.” 이씨는 이미 ‘그 꿈을 만나는 곳 100m 전’에 다가가있었다.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