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잠수종과 나비.ⓒ유레카 픽쳐스 |
프랑스 패션잡지 엘르(elle)의 편 잡장인 장 도미니크 보비(매티유 아맬릭)는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뇌의 신경전달체계에 이상이 생겨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본인의 자유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은 ‘상상’하는 것과 ‘기억’하는 것 그리고 왼쪽 눈꺼풀의 움직임뿐.
영화가 시작되고 약 40분정도까지 화면에 직접적인 주인공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화가이자 영화감독인 줄리앙 슈나벨은 철저하게 주인공의 시점에서 영화의 장면을 만들어 나아간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는 주인공의 눈의 역할을 하고 있고 주인공의 생각이나 느낌은 관객에게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전달된다. 마치 관객이 주인공과 같이 장애를 경험 하는 순간이다.
▲장애인의 시선으로 영화는 만들어졌다. ⓒ유레카 픽쳐스 |
그렇다고 이 영화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그리려고 하지 않는다. 보비가 눈꺼풀의 움직임으로 말한 첫 문장은 “나는 죽고 싶다”다. 그리고 코끝에 앉아있는 파리의 간질거림의 고통을 보여주는 장면, 발병 후 병상의 아버지의 전화(영화에서는 스피커폰과 타인의 통역으로 처리)하는 장면에서 보비의 눈물로 화면이 가려진다.
중요한 축구중계를 간호사가 ‘잘 자라’는 말과 함께 꺼버리고 나가는 장면 영화는 이런 장면들로 하여금 영화적 재미와 장애를 경험하게 만든다. 감독은 원작 잠수종과 나비의 사실적 묘사를 위해 실제 보비가 입원했던 병원과 병상 좋아했던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서 주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적 화면을 보면서 내가 어릴 적 학교에 가지 못해 집에만 있었을 때의 내가 생각 이 났다. 난 우리 집 다락방을 그렇게 올라가는 것을 좋아했다. 근데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기어서 다락을 올라가려면 1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올라가서는 혼자 못 내려와서 집에 사람이 올 때까지 그 다락에 있었던 생각이 난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 매일 누워서 올려다보는 세상은 그 시각으로만 세상을 보아서 난 싫었다.
▲쓰러지기 전 아버지의 수염을 깎아주는 모습. ⓒ유레카 픽쳐스 |
그리고 영화 제목이자 그가 쓴 책제목이기도 한 '잠수종과 나비'의 장 도미니크 보비는 몸은 움직일 수 없는 잠수종(사람이 물속에 들어가 일할 수 있도록 만든 큰 종 모양의 물건)이지만 상상과 기억은 나비와 같다. 영화를 보고 나면 참 제목 잘 지었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드는 생각이 우리 모두는 개개인의 잠수종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자신의 의지로는 할 수 없는 그 무언가의 잠수종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장애인의 시선이된 카메라. ⓒ유레카 픽쳐스 |
나는 두 다리를 맘대로 쓸 수 없는 잠수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나는 나의 생각은 보비의 나비처럼 훨훨 날고 있을까. 생각도 장애란 잠수종에 머물러 있지 않나 뒤돌아보게 한다.
영화가 끝나면 마지막 자막으로 “장 도미니크 보비는 ‘잠수종과 나비’의 출간 10일 뒤에 1997년 3월 9일에 죽었다”라고 나온다. 내 인생이 끝난 뒤에는 어떤 자막이 나올까?
출처: 에이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