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및 독거노인을 도와주려고 하니 1구좌 당 4만원의 지로용지와 김, 화장지, 세제류 등 물품을 보내 주겠으니 후원해 달라'고 속이는 사기단들이 지난해 대전에서 적발됐다. '한국장애인기업협회 중부재활사업단'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한 이 사기단은 이른바 '해바라기후원회'로 통했다.
이 사기단에 속아 1년에 4만원씩 3년간 후원금을 보내고 김, 가루세제, 세탁비누 등을 받았던 A씨는 최근 대전지역에 사무실을 둔 'B업체'이라는 기관의 관계자로부터 후원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 속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에게 처음 후원을 요청했던 해바라기후원회 관계자였다. A씨는 몇 년 동안 후원하면서 수 차례에 걸쳐 통화를 한 적이 있어서 이 관계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는 물론 목소리까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해바라기후원회가 새로 이름을 바꾸고 경기도에 작업장도 새로 만들었다"고 전하며 A씨에게 또 다시 후원을 요청했다.
지난해 얼핏 장애인후원회를 사칭해 사기를 친다는 뉴스를 접했던 적이 있었던 A씨가 '그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며 망설이자, 이 관계자는 "의심이 가면 공장 견학도 할 수 있으니 안심하고 후원해도 된다"고 답했다.
A씨는 다시 후원을 약속하고 그 다음날 목재로 만든 전화받침대를 택배로 받았는데, 머리 속에서 의심이 떠나지 않아 인터넷에서 '해바라기후원회'를 키워드로 검색을 해봤다.
A씨는 자신이 후원했던 해바라기후원회가 장애인후원회를 사칭해 사기를 쳤다는 기사를 찾고 나서는 아차 싶었다. A씨는 이 사실은 곧바로 대전경찰서에 전했고, 언론사에도 제보를 했다.
지난해 10월 대전지방경찰청에 의해 공개된 해바라기후원회 사건은 불법으로 장애인단체를 만들어 25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편취해 충격을 던져줬다. B업체측은 "해바라기후원회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업체의 대표는 "동생이 장애인으로 공예품을 만들고 있는데, 재고품들이 많이 남아서 텔레마케터들을 고용해 전화로 팔고 있는 것"이라며 "해바라기후원회측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일축했다. 업체측은 자신들이 팔고 있는 장애인공예품을 만드는 곳의 홈페이지를 알려주기도 했다.
현재 대전지역 경찰은 지난해 해바라기후원회 사건과 같이 장애인후원회를 사칭한 사기사건이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마케터들이 해바라기후원회 등의 후원자 명단을 넘겨받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전말이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다.
출처: 에이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