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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화가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글 - 안진옥 사회복지사
열 한살, 손재주가 많은 민호(가명)네 가족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를 화가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그림 그리는 걸 아주 좋아해요. 우리 가족은 엄마, 아빠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식구예요. 엄마는 요리를 맛있게 잘하고, 아빠는 똑똑해요. 저는 그림 그리기 말고도 게임과 만들기를 잘해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민호는 코로나19로 오랜 시간 학교를 가지 못한 채 집에서 원격수업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지역아동센터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며, 여름방학동안 하고 싶은 것을 적어 엄마와 아빠에게 보여줍니다.
"방학동안 하고 싶은 것이요?"
첫번째, 워터파크에 가기
두번째, 짜장면 먹기
세번째, 동물원 가기
네번째, 클레이 만들기
다섯번째, 영화관 가기
여섯번째, 키즈카페 가기
민호는 가족들과 소소한 일상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호기심도 많을 나이지만, 부모님은 다 들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민호 부모님은 정신장애와 지적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양육하는데 어려움이 많지만, 자녀에 대한 사랑만큼은 가득합니다.
"우리 민호가 엄마가 해준 밥이 맛있다며, 잘 먹고, 키도 많이 컸어요. 요즘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손재주가 좋아서 만들기를 아주 잘 해요."라며 힘 있는 목소리와 밝은 미소를 통해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인권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아이 또한 부모의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보호받고, 양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출산과 양육을 선택했다면 정부는 '모성 보호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보다 세심한 정책을 지원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장애여성 모성지원사업은 주로 출산 초기 및 초기 양육지원에 그치고 있습니다. 장애여성의 모성권 보장을 산모에게 필요한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고, 양육권 보장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호네 가족과 같은 장애인 가족이 위기와 해체의 시련을 겪지 않도록 방지하고, 장애인 가족 구성원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를 비롯한 지역사회 지지체계 모두가 더욱 가깝고 단단하게 구축되길 희망합니다.